이 강 훈 Lee Kanghoon

Composition

<Composition> 연작은 관계성을 근간으로 하는 인간의 본질을‘문’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풀어낸 작업이다.‘분리’를 전제로 열리고 닫히는 ‘문’의 근원적 모순은 인간을 닮아있다. 분리를 통한 소통. 다름을 전제한 이해. 그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역설이지만, 동시에 관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연작에서 작가는 일상속에서 발견되는‘문’의 이미지를 화소(pixel), 즉 시각언어의 단위로서 활용한다. 작업 안에서 나타나는 ‘문’들의 반복과 배열로 인한 공간의 상대적 구획과 병합은 ‘나’와 ‘너’의 관계를 ‘여기’와 ‘거기’의 그것으로 치환하며 ‘분리’를 통해 비로소 공존하는 인간의 역설을 은유한다. 그것은 가시적인 오브제와 그것이 암시하는 상대적 차원을 통하여 자아와 타자의 본질적인 관계성을 정립하고 시각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정지된 시선 

이미지(image)는 사전적으로 ‘마음속에 언어로 그리는 그림(mental picture)’으로 정의되는 추상관념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때, 흔히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화된 표상, 혹은 장면 등으로 인지하는 것은 인식의 근간이 되는 감각 중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망막은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사물을 비추며, 우리는 얼마나 정확하게 사물을 인지할까. 예를 들어, 우리가 관념상으로 이해하는 입방체의 면은 여섯 개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동시에 ‘볼 수 있는’ 면은 시점에 따라 최대 세 면 까지이다. 우리가 그것을 육면체로 인식하는 것은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닌, 다양한 시점을 통해 얻어진 시각정보들을 종합하여 도출한 인지작용의 결과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3차원의 입체(혹은 공간)조차 추론이나 추상(抽象)을 거치지 않고서는 오롯이 인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작가의 작업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되어, 실재와 형상의 간극에 주목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일련의 작품에서 작가는 기하학적 공간도형에 대한 이미지를 해체하여 그 조각들을 평면상에 재구성하고, 다시 각각의 층위에 따라 공간 안에 재배치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개체로는 단지 추상적인 형상에 불과한 시각정보들의 집합이 일정한 체계와 특정시점에 따라 공간감을 가지는 하나의 오브제로 인식되는 과정은 입체공간에 대한 비직관성(非直觀性)을 조명하는 한편으로, 대상에 대한 상대적 실체의 관념을 구현한다. 작가는 2차원 위에 3차원을 표현하기 위한 원근법의 착시와 환영을 입체공간에 적용하는 역설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작가가 유도하는 시점(視點)과 관찰자의 시점을 대비시키며, ‘본다’는 원초적 인식행위의 불확실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주체들 각자의 망막에 비추어지는 대상의 형상이 상대적이듯이, 실체란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정처없이 부유하는 상대적인 표상일 뿐이다. 작품 안에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눈에 ‘보여지는 대상’의 본질이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대상’의 정지된 시선이다.

Composition M10 | photograph, digital work, archival pigment print mounted on acrylic, 2016 | 130X130cm
Composition GC01 | photograph, digital work, archival pigment print mounted on acrylic, 2016 | 60X60cm
Composition GC02 | photograph, digital work, archival pigment print mounted on acrylic, 2016 | 60X60cm
Composition GC04 | photograph, digital work, archival pigment print mounted on acrylic, 2016 | 60X60cm
정지된 시선 01 / Stationary Sight No.1 | UV-print on acrylic layers, LED light panel, 2019 | 40X40cm
정지된 시선 02 / Stationary Sight No.2 | UV-print on acrylic layers, LED light panel, 2019 | 40X40cm

참고 이미지

02.Composition_M08
03.Composition_S01R
04.Composition_R01
05.Composition_M02
06.Composition_HC01,02,03
10.Composition_GC04
11.Composition_GT01
12.Composition_GT02
13.Composition_GT03
14.Composition_GT04
15.Composition_D01
16.Composition_D03
17.Composition_D04
18.Composition_D05
19.Composition_P series
정지된 시선 – Stationary Sight